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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향기의 뜨락

노오란 봄 햇빛이 말을 걸다

by 월영공주 2008. 3. 28.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나에게 사명을 다하며 떨어진 햇빛을 보다가

 

문득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햇빛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반짝이며 날아가는 물방울들
초록으로 빨강으로 답하는 풀잎들 꽃들
눈부심으로 가득 차 서로 통하고 있었다

 

강물에게 나뭇잎에게

세상의 모든 플랑크톤들에게
말을 걸며 내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봄이야
라고 말하며 떨어지는 햇빛에 귀를 기울여본다
그의 소리를 듣고 푸른 귀 하나가
땅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햇빛이 말을 걸다 - 권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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