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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사랑 이야기

사랑한다는 것/ 남 재만

by 월영공주 2007. 7. 19.

 

  
 

 

     사랑한다는 것 / 남재만 




     ‘그대를 
     사랑하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사랑이 그대 밑에 있고
     ‘사랑하오
     그대를’
     이렇게 써 놓고 봐도
     그대가 사랑 밑에 있네.


     그래서
     ‘그대를 사랑하오’라고
     써 봤더니, 또
     사랑이 그대 뒤에 있고,
     ‘사랑하오 그대를’이라고
     썼더니 역시 
     그대가 사랑 뒤에 있네. 


     아아 그 누굴 사랑한다는 것
     그건 애시당초
     말이나 글로는
     가당치 않다는 걸 알겠네.


 


     인간의 사랑은 말로 시작한다. ‘그대를 사랑하오’, 아니면 ‘사랑하오 그대를’
     이라고 시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표현되는 말에는 ‘그대’와 ‘사랑’ 사이에 ‘앞’
     과 ‘뒤’가 있고 줄을 바꾸면 ‘위’와 ‘아래’가 있다. 사랑의 몸인 ‘그대’와
     마음인 ‘사랑’ 사이에 틈이 있다는 것이다. 일체를 꿈꾸는 사랑의 표현은 인간의
     말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사랑은 말로 시작되지만 ‘완전한 사랑’은 인간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완전한 사랑’은 ‘인간의 말’ 이전의 세계인 것이다.

     결국 인간의 ‘불완전한 말’은 ‘불완전한 사랑’을 낳기 마련이다.

     구석본(시인)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2악장       

               



오늘의 일기: 시원한 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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