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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글♡그리움

바다의 집-마종기

by 월영공주 2007. 4. 6.

 

  1

바다의 전신이 밤에도 보인다.
한세월 떠돌다가 돌아온 후에
내가 들었던 가늘고 수줍은 한마디,
해안의 모래가 더 부드럽고 따뜻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기 속을 헤맨다.
오래된 언덕이 낮아지고
죄지은 손이 용서받는다. 

  2
생각에 잠긴 늦은 아침나절,
벗은 몸을 반쯤 가리고 누운
바다의 나신을 껴안고 싶다.
화가 듀피의 아네모네같이 가볍게
돛단배보다 큰 나비가
바다보다 큰 꽃잎에 앉는다.
나비의 무게로 출렁거리는 바다의 집,
바다 비린내 몇 개 증발해서
장난감 같은 구름을 하늘에 남긴다.

  3
오늘은 여느 날보다
수평선이 더 굵어졌다.
바다의 뒤뜰에서는
비가 내리는 모양이지.
편안하던 물결이 해안에만 오면
왜 그리 움츠리고 껴안기만 하는지.
바다도 기억력이 좋다는
파도의 작은 변명,
낯선 풍경에서
낯익은 당신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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