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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오월의 꽃잎에 편지를 씁니다...

by 월영공주 2008.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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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편지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 처럼 긴 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 있는 자리마다
깊디 깊은 침묵이 앉습니다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있는 그 곳에도 봄이 오면 꽃이 핍니까
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둠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
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다 그러하겠지만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사랑하여
오래도록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일 입니다
그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메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
너무도 아프게 헤어져 울며
평생을 사는지 아는 까닭에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고
오늘처럼 꽃잎에 편지를 씁니다


소리없이 흔들리는 붓꽃잎 처럼
마음도 늘 그렇게 흔들려
오는 이 가는 이 눈치에 채이지 않게
또 하루를 보내고
돌아서는 저녁이면 저미는 가슴 빈 자리로
바람이 가득 가득 밀려옵니다

 

 

뜨거우면서도 그렇게 여린데가 많던
당신의 마음도
이런 저녁이면 바람을 몰고
가끔씩 이 땅을 다녀갑니까

 


저무는 하늘 낮 달처럼
내게 와 머물다 소리없이 돌아가는
사랑하는 사람이여.

시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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