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찬바람이
풀방구리를 드나드는 새앙쥐처럼
두 눈을 반들거리며 폐를 들락거리기 시작하면
우리 몸은 호르몬을 만들어 내고
그 호르몬은 잠자던 감성을 일깨운다고 합니다.
에로스를 불러오는 바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과학은 삶에서
무엇인가를 빼내가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막연한 그리움까지도 끝내는 해석되고야 마는
밝고도 맑은 세상입니다.
사랑도 고배율 현미경 앞에서는
그저 화학 방정식 하나로 발가벗겨지는 세상.
앎을 구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나
그 앎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아님을
공부를 하면서 새삼스럽게 배웁니다.
앎은 판도라의 상자와 같아서
끝없는 호기심과 욕망을 양산하지만
세세히 파헤쳐진 진실 앞에서
망연자실할 밖에 없는 것이 또한
앎의 한 단면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적당히 가려지고
묻어둘 줄 아는 것이
모르는 척하고 넘어 갈 줄 아는 아량이
지식을 넘어서는
지혜가 아닐런지....
마지막까지 가보아야 하는 인간의 호기심이
삶을 근저를 박멸하고
또한 삶을 삭막한 사막의 사구로 몰아갑니다.
적당한 선에서라면
이제 그만.
사랑도 그래야 점점 더 커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끝없이 의심하고 따져서 적나라하게 파헤쳐진
인간관계에서
그 무엇이 자라날 수 있겠습니까.
무던한 사람.
그런 사람이 그리운 날 이었습니다.
[퍼온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