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상 가는 사색로 '퇴계녀던길'
봄이 등을 떼민다. 좀 걷자고.. 공원 벤치에는 햇살이 오글 오글 모여 있고. 지렁이가 여기저기 숨구멍을 뚫어놓는 통에 땅은 헐거워 졌다 고운 별밤에 고슬 고슬 해진 흙길에선 발가락 사이로 봄이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는 것 같다
안동에 '퇴계 녀던길'이 있다.세상 잡것과 고민으로 가득한 머리통을 조금 비울수 있는 사색의 길이다. 봄도 느낄수 있고 , 마음 공부도 할수 있다~ 퇴계녀던 길은 이황 선생이 청량산 가는 길이다.주자가 무이산을 예찬 햇듯... 퇴계는 청량산을 이상향 처럼 여겼던 모양이다. 퇴계 녀던 길은.. 처음에는 둑길,나중에는 험하지도 않고 넓지도 않은 숲좋은 오솔길이다
강변을 옆구리에 낀채 언덕을 넘어 지즐 지즐 이어진다. 소나무 느티나무 향기가 코끝을 파고 들고,머리가 하얗게 센 길섶의 물 억새도 정겹다 돌자갈을 핥고 넘어 가는 낙동강 여울소리, 바스락 거리는 낙엽 소리도 듣기 좋다. 이런길은 약 3km정도 당신의 귀에서 MP3 를 빼도 좋다.
강변 너머에는 깍아지른 벼랑들이 우뚝 솟아있다. 험산구곡을 돌아
흐르는 강물 위에폭포 처럼 쏟아지는 봄 햇살이 눈부시다.
여기서 마음 수행하던 퇴계시 한수를 들어 보자.. '어느 곳을 가더라도 구름메(산) 없으리오/청량산 옥육봉이경개 더욱 맑노매라/ 읍청정 이 정자에서 날마다 바라보니/맑은 기운 도 하여,사람뼈에 사무치네'
퇴계는 '유산(遊山)은 독서와 같다'고 했다 산에 가는 자체가
마음수행 지식 수행이란 뜻이다 이하 중략......
올 봄엔 좀 걷자.생각도 좀 하자. 요즘 세상엔 눈과 귀와 입을 즐겁게 하는 게 너무 많다. DMB ,TV Mp3,컴퓨터, 플레이스테이션..감각은 기계와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었다. 머리는 무뎌 졌다.뇌 세포는 상상의 세계를 쫓아 퍼즐은 맞추고 있는 것에 둔해 졌다.
팔을 힘차게 흔들어 대는 파워 워킹은 하루 이틀 접어두고,
봄볕아래 느릿하게 걸어 보자 온몸의 숨구멍을 열어놓고, 볕좋은 숲길을 밟다 보면..
한순간이나마 돈 생각, 집생각,승진 생각 공부 생각도 지울수 있지 않을까?
원효나 퇴계처럼..우주에 뜻을 두지는 못하더라도 하루쯤은 축복 같은 봄날을.. 머리속에 담아 볼수 있지 않겠는가....
‘퇴계 녀던길’ 단천교 주변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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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길에 뽕나무 열매 오디가 익을걸 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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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동기들인데요~입술이 검어 지도록 오디 열매 따 먹는 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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