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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시월 새벽,,,

by 월영공주 2008. 10. 21.

                                                                  http://planet.daum.net/taes415/ilog/7520949

                        
시월 새벽  
류시화  

1 
시월이 왔다 
그리고 새벽이 문지방을 넘어와 
차가운 손으로 이마를 만진다 
언제까지 잠들어 있을 것이냐고 
개똥쥐빠귀들이 나무를 흔든다 


2 
시월이 왔다   
여러 해만에 
평온한 느낌 같은 것이 안개처럼 감싼다 
산 모퉁이에선 인부들이 새 무덤을 파고 
죽은 자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3 
나는 누구인가   
저 서늘한 그늘속에서 
어린 동물의 눈처럼 나를 응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디 그것을 따라가 볼까 

4 
또다시 시월이 왔다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침묵이 
눈을 감으면 밝아지는 
빛이 여기에 있다 


5 
잎사귀들은 흙 위에 얼굴을 묻고   
이슬 얹혀 팽팽해진 거미줄들 
한때는 냉정하게 마음을 먹으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다 
그럴수록 눈물이 많아졌다 
이슬얹힌 거미줄처럼 
내 온 존재에 눈물이 가득 걸렸던 적이 있었다 


6 
시월 새벽, 새 한 마리 
가시 덤불에 떨어져 죽다   
어떤 새는 
죽을 때 가시 덤불에 몸을 던져 
마지막 울음을 토해내고 죽는 다지만 
이 이름없는 새는 죽으면서 
무슨 울음을 울었을까 

7 
시월이 왔다   
구름들은 빨리 지나가고 
곤충들에게는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리라 
곧 모든 것이 얼고 
나는 얼음에 갇힌 불꽃을 보리라 
 
Have  a  good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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